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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일기

몰아보는 육아일기 202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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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복이네 오남매 맘 리자입니다.
다둥맘이죠~

2월은 독박육아를 유독 많이 했던 아빠의 한탄 섞인 일기들이 많습니다.
보시죠~ 길게 적는 은사를 가지고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아빠생각:초록색

엄마생각:파란색




1. 내려놓음이 필요해.


엄마가 갑자기 정체불명의 댄스를 췄는데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우리집에선 숨쉬듯 일어나는 일이기에 그정도 수준의 댄스로는 주목을 받지 못한다.
식사를 다하고보니 치킨을 구웠는데 깜박하고 식탁에 올리질 않았다.

"어! 치킨!"

이라고 한마디 했더니, 지나가던 1호가

"어! 치킨!"

방에 있던 2호가

"어! 치킨!"

다른 방에 있던 3호가, 4호가, 5호가 돌림으로 치킨을 찾는다.

문득 아이들의 청소년기가 상상되었다.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일어날 일상을 생각해보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가 그 상황 가운데 있을 나에게 이입해보는 순간 감당할 수 없는 자극의 강렬함에 휩싸여 신경이 폭발하는 듯한 스트레스를...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데, 먼 훗날 추억이 남을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살아야한다 #포기해포기하면편해

#왜그리따라하는걸까 #돌림노래 #포기라기보단내려놓음이라표현하자 #내려놓으면편해



2. 3호와 한글 공부



3호에게 한글을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혹시 난독증이 있거나 학습장애가 있는게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예를 들어 "ㄱ"과 "ㄴ"을 며칠 반복해서 가르쳤는데도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말해보라하면 못한다던가, 오랫동안 가르쳐 순서대로 읽을 수 있게되면(외우게 되면) 중간에 있는 글자를 따로 물어봤을 때는 또 못 읽는다. 최소한 같은 반 아이들에게 바보 소리는 안 들어야겠다 싶어 이미 유치원에서 배운 정도만이라도 할 수있게 하려고 열심히 가르치는데 영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텔레비전 보다가 연습장과 연필을 들고 와 따라 쓰더니 한글을 혼자 떼어버린 1호나, 유치원이 폐원하면서 방학 동안 학습지만 줬는데 다시 유치원 갈 때쯤엔 책을 읽고 있던 2호를 경험하고 나니 감당하기 어렵다. 심지어 옆에서 같이 배우던 4호는 아직 어리니 신경을 안 써줬는데도 이미 3호보다 잘한다.

결국 이번 방학 동안에 어느 정도는 결실을 봐야겠다 싶어 노력 중인데, 한번에 무리 시키지 않고 여러번 나누어 각 라운드마다 최소한 기억의 단계에 들어가도록 가르치고 있다.
방금 막 반복을 끝낸 3호가 묻는다.

"아빠, 이거 내일 또 할거야?"

그림과 같이 읽어 보고, 써 보고, 그림 없이 읽어 보고, 못 읽는 단어만 따로 빼내어 다시 공부하고, 리테스트하고를 이미 몇 단계 거쳤지만, 한 시간 이후 다시 물어보니 20% 정도를 알아보는 상태에서 묻는 말이다.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초연히 자리를 뜨며 마치 세상을 달관한 듯한 어투로 한 마디 남긴다.

"글자...배워가면서 사는거지 뭐"

#다잘할순없지 #어쩌면천재일지도몰라 #에디슨도바보소리들었다던데 #좋게생각하자 #배워가면서사는거지뭐


3. 아빠의 장점



1호가 피아노 연습을 한다. 1번 쳐보더니 달려와 자랑을 한다.

"아빠, 방금 1번만 연습해봤는데 바로 쳐졌어!"

입이 근질근질하지만 내 이성은 이럴 때 칭찬해주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 한다.

"우와...엄마처럼 초견이 좋은가 보네~대단하다~아빠는 그렇게 못 하거든~"

아빠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주고 싶던 1호,

"괜찮아, 아빠는 대신에 어려운 말로 잘 가르쳐주잖아."

어려운 말로...그러니까 말을 어렵게 한다는 말 같은데...

"어...그게...듣는 사람이 잘 이해가 되게 해야되는데..."


"그래서 아빠 말 들으면 잠이 잘 와~"


#고맙다딸아 #나보다나를더잘아는구나 #다행이야 #잠이라도잘온다니

#정말기부터시작해서승,전,결까지차례차례설명하는아빠 #엄마도사실중간에정신을놓는단다 #여보미안 #목소린공기반소리반 #듣고있으면잠잘오는목소리 #소리지를때빼고


4. 아빠 조련사



주말에 애들 밥을 차려주려하고 보니 밥이 얼마 없다.
오늘따라 쌀 올리는게 어찌나 귀찮은지, 뭐 주말이니까라는 핑계로 코로나로 맘껏 뛰놀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광활한 대륙의 맛을 보여주고 싶었다. (중국집...)
다른 애들이야 짜장면이면 되는데, 1호가 유독 짜장면을 싫어한다. 평소엔 볶음밥 정도로 합의가 가능한데 오늘따라 여의치 않다.
직접 냉장고를 스캔하더니 그냥 아빠가 볶음밥을 해주면 안되냐한다.
아니 쌀 올리기도 귀찮아서 이러고 있는데라며 내적갈등이 심화되는 찰나 1호가 한마디 덧붙인다.

"아빠가 해준게 더 맛있단 말이야"
(아빠가 해준게 더 맛있단 말이야... 말이야... 말이야...)


그것 참...
세상 복잡한 마음이다...


결국 베이컨을 메인으로 중화풍 볶음밥을 하며 웍을 돌리는데,
순간 내가 어쩌다 이렇게 자연스레 웍을 돌리고 있는 사람이 되었지하는 현타가 온다.
좋다. 그게 참 좋은데 말이다...


#1호한테조련당함 #아빠가해준게더맛있단말이야 #칭찬에약한아빠 ㅋㅋㅋ



5. 도라1몽


동생들을 거느리고 동네 놀이터에 나가시는 큰 언니 1호.
애들 화장실 다녀왔는지까지 챙기며 현관을 나서는데 혼자 외투가 없다. 그래도 뭐 하나 걸치고 가라 했더니,

"엇, 어쩐지 편하더라"

신발도 다 신었길래 동생들 데리고 나가주시는 1호님을 위해 냉큼 달려가 간단한 조끼를 들고 왔다. 지퍼를 풀어 걸쳐드리려는데 호주머니에서 뭐가 우르르 쏟아진다. 카라멜, 쏘세지 껍질, 껌 껍질...

"야 이게 뭐냐"

하면서 마저 지퍼를 푸는데….
백원짜리 동전, 콩알 사탕, 탱탱볼 등등이 또 쏟아진다.

멈칫 했다가 조심스레 호주머니를 뒤집어보니 또 우르르….


에라 빨리 빼버리고 보내야지 하고 반대쪽을 뒤집으니 또 우르르...


도라에몽 4차원 주머니를 보는듯하다.

2번째 덤핑에서부터 굳은 얼굴 그대로 한껏 가벼워진 조끼를 건네주었더니

1호가 바닥에서 얼른 카라멜만 쏙쏙 집어나간다.


한숨을 쉬며 잔해들을 처리하는데
순간 조끼의 지퍼가 채워진 채로 옷걸이에 걸려 있던 게 생각난다. 이 아이는 입은 옷을 정리할 때마다 그렇게 지퍼를 채워 거는 아이가 아니다.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던 때에 옷들이 탈피한 허물들처럼 온 방에 가득해 생활관 냄새가 날 때쯤 그렇게 정리했을 터...그럼 다른 옷들은....

#해당유전자소유자와서치우라 (나?) #입이심심할땐한번씩뒤져봐야
#해당유전자소유자 #한번씩치움 #그럴수도있지 #내가방도사실 #도라맘몽



6. 하극상??


울면서 오는 5호. 옆에와 내 손등에 한 손을 살포시 올리더니 서럽게 운다.
누텔라를 숟가락으로 퍼먹으려다 누나들에게 제지당하자 그리 슬피 울며 왔단다.
투닥거리는 소리를 들어보니 큰 누나들이 제지하는 사이 4호 누나가 꼬집었나보다.
1호가 4호를 나무라자 4호가 바락바락 소리를 지른다. 열 받은 1호에게 4호가 소리친다.

"아빠가 때리지 말랬다~아!!"

#아빠찬스 #동생꼬집어도된다는말은안했던거같은데 #코에걸면코걸이귀에걸면귀걸이식해석 #암튼당당함


7. Me too.


아이들이

"잘 먹었습니다"

라는 인사와 함께 자신의 그릇과 수저를 정리하고 일어난다. 누나들을 봐오던 5호가 슬슬 따라하기 시작한다.
오늘은 먹고 일어나 습관적으로 인사를 했는데, 거실로 놀러갔다가 인사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다시 달려와

"잘 먹었습니다"

라고 한다. 좋은 습관에는 긍정적인 강화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에

"그래~ 그렇게 인사해줘서 고맙다~"

라고 했더니, 5호가 답해준다.

"그래~ 나도 고맙다~"

#metoo #sodoI #따라쟁이 #막둥이


8. 엉덩이 탐정



잠결에 거실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린다. 발소리가 가벼운게 5호인가 싶어,

"5호야~ 뛰지 마라"

했더니, 5호가

"4호 누나 뛰었어! 4호 누나 뛰었어! 4호 누나 뛰었어"

라고 일러준다. 이에 4호가

"야, 거짓말 하지마!"

라고 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대충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4호가 맞았나보다.
4호의 변명을 들은 5호가 외친다.


"4호 누나, 괴도유!!"

엉덩이 탐정에 나오는 괴도유, 출처 https://images.app.goo.gl/QWGA8pVCAZhKf5J96


#방구끼는엉덩이탐정 #똥가면쓴괴도유 #4호가괴도유 #5호가엉덩이탐정인듯 #5호가알고있는악당이괴도유뿐이라...



9. 구조 요청


퇴근길..
독박 육아중인 신랑이 보내온 사진 한장.


구조요청이다!!
기다려!! 내가 간다!!!



#주말근무 #워킹맘 #독박육아 #육아대디 #육아는팀플




10. 초코 쿠키


주말에 헬모드로 솔로 육아 플레이 중, 아내가 집 앞에 와 있던 초코칩 쿠키를 들고 들어온다.

사랑을 속삭이며(언제 그랬지??)

현관에서 바로 애들 몰래 한 입 먹는다.


공범을 만들고자 한 입 권하는데 왠일인지 덤덤한 반응을 보이며 지나쳐 들어가는 아내.
문 쪽을 바라보니 이미 박스 안에 한 봉지가 뜯어버려져 있다.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배송되었던 듯이...



#hoxy집앞에서먹고들어왔니

#출근할때먹었지~


행복하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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