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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뽀삐뽀 오남매

출산 기록 1. - 제왕절개 5회 경험담, 첫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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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복이네 오남매 맘 리자입니다. 다둥맘이죠. 간호사이기도 합니다.
아시다시피 저에겐 다섯 명의 아이가 있습니다.  많이들 궁금해 하시는게 "아들 낳으려고 낳았냐?? 원래 아이들을 좋아했었냐? 계획한 것이었냐??" 던데..
다 아닙니다.
어쩌다보니.. 정신 차리고 보니 제 옆엔 다섯 명의 아이가 있었더랬죠. ㅋㅋ 육아 경험담은 육아일기로 쓰고 있으니 출산 경험담을 적어 보기로 하겠습니다.

1,2호는 미국에서 3호는 인천에서 4,5호는 대구에서 출산했습니다. 그리고 다섯 다 제왕절개 (Caesarean section, c-sec)로 출산을 했습니다.
가능하냐구요??
저 멀쩡히 잘 살아서 요즘 3교대 일도 합니다.

제 글을 읽다보시면 미국 vs 한국, Local 병원 vs 3차 대학병원. 이렇게 비교가 가능하실 거예요.

그럼 첫번째, 응급으로 제왕절개 수술을 했던 아찔한(?) 이야기로 들어가 보시죠~

1호는 엄마 뱃속에서 나올 생각이 없던 아이였습니다. 세상에 미리 나와봤자 득 될 것이 없다는 걸 일찌감치 알고 있었나 봅니다. 친구들이 베이비 샤워를 2월에 해줬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다음 달 4월에 배가 불러서 비슷한 시기에 임신했던 친구의 베이비 샤워에도 참석을 했었죠. 그래서 누구 베이비 샤워인지 헷갈리게끔.. 민폐 임산부.

예정일이 점점 다가오는데 진통도 없고 이슬따윈 구경도 해보지 못했습니다. 물론 가진통은 있었습니다. (3kg에 달하는 아이와 양수를 들고 다니려고 하니 안 그래도 작은데 무슨 난쟁이 똥짜루마냥 생겼더랬죠. )

1주일에 한 번씩 미쿡이지만 한국인 산부인과 의사 할아버지를 방문을 했죠. 4월 12일 방문에서 의사 할아버지가 한참을 고민하시더니 유도분만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하셨죠. 나올 기미가 안 보인다며... 1주일 뒤에도 안 나오면 그때 하기로....

유도 분만 ;출처: 모름 2011년에 찾아봤던 그림이라 출처가 불분명합니다.


그리고 맘을 졸이며 일주일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4월 15일, 원정 산후 조리해 주러 오신 친정엄마와 신랑과 신나게 제가 좋아하는 5guys 햄버거를 맛있게 먹고 집에 돌아와 잠을 자려고 하는데... 배 아픈 게 심상찮았습니다. 가진통인지 진진통인지 구분이 안돼서 인터넷 찾아보고 뒤져보고. 혼자 시간 간격 잰다고 스톱워치 껐다켰다를 수백 번... 그래도 이게 진통인지 아닌지 모르겠는... 하지만 아무튼 평소와 다른 느낌이라 생각되어 신랑에게..

"일단, 가자!"

를 외치고 담당 의사 선생님이 분만을 하시는 병원 응급실(ER)로 갔습니다. 일단 눈에 들어오는 건 병원이 크니 좋더라구요. 간호사라 그랬던가 봅니다. 배가 아픈 가운데서도 병원이 좋다란 생각을 했으니...

참고: 미국엔 닥터 오피스가 따로 있고 입원해서 치료 하는 병원이 따로 있더라고요. 정확한 건 저도 잘 모릅니다.

미국 큰 병원은 대학생때 잠깐 교환학생으로 갔을 때 봤던 게 다인데 그날 갔더니 참 세상 좋더군요. 거의 100년이 다 된 허름한 병원 건물에서 1인실 크기만 한 곳에 bed 3개 넣고 3인실로 돌리던 대학병원에서 근무했던 예전을 떠올리며..

'우와~ 좋다~ 대궐이네~'

라고 생각하며 신기해 했던 기억이 나네요.

응급실 앞에서 누군가에게 분만하러 왔다고 하니, 내 다리는 멀쩡하고 걸어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휠체어를 타고 분만 병동으로 끌려갔습니다.

일단 진통이 시작된것 같긴 했지만 자궁 문이 거의 열리지 않은 상태라 열리길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운동을 하면 좀 더 빨리 열린다 해서 달밤에 신랑 손을 부여잡고 병원 복도를 엉금엉금 걸어 다녔던 게 얼핏 기억이 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전 자연분만을 할 줄 알았더랬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진통이 길어졌습니다. 거의 12시간 정도는 진통을 했던 것 같습니다. 친정어머니는 딸이라 걱정을.. 신랑은 그 어린 나이에 아빠가 되려 하니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그래도 의연히 옆에서 잘 버텨 주었습니다.

간호사가 오더니 많이 아프지 않냐며 참지 말라하더니 진통제를 주는게 아니겠습니까?? -.-;;;; 사실 비몽사몽이라 제가 달라고 했는지 안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왜 참냐는 식으로 말했던 것 같았는데... 아기 낳는 건 당연히 아픈 거라고 생각했고 진통제를 맞아도 되는지도 몰랐으니... 당연히 참고 있었죠. 동양과 서양의 문화 차이인 건지... 아님 그 간호사가 그런 건지... 알 수 없는 가운데... 그 진통제를 맞고 잠이 겨우 들었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끌어도 자궁이 많이 열리지 않아 결국 그 고생을 하다가 유도 분만을 하기로 했습니다.


유도분만에는 3가지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사실 제가 산과를 일해보지 않아서 정확히 몰라 아산병원 홈페이지에 있는 자료를 가지고 왔습니다.

1. 옥시토신을 이용한 유도 분만
자궁경관이 충분히 숙화되었으나 수축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 자궁수축제인 옥시토신을 혈관으로 투약함으로써 분만을 유도합니다.

2. 프로스타글란딘을 이용한 경관 숙성
자궁경부 숙화를 목적으로 프로스타글란딘을이 분비되는 장치를 질 속에 투약합니다. 자궁경관이 연화, 개대, 소실의 과정을 거치게 되고, 효과적인 자궁 수축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3. 인공 양막파막술
자궁경관이 부분적으로 확장되고 소실되었을 때, 효과적인 유도분만 방법 중 하나입니다. 자궁경관 쪽에서 양막이 닿는 부위에서 양막을 절개하여 분만을 유도합니다.


전 1번이었던 것 같습니다. 질 속으로 뭘 넣지도 않았고 양막을 일부로 절개하지도 않았으니 1번이겠지요. 수액(a.k.a 닝겔)을 맞고 있었으니 1번이 맞을 겁니다. (사실 그때 비몽사몽에 정신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ㅠㅠ 그냥 간호사인척해보려고 유도분만 종류를 넣어봅니다.)

수액을 맞고 있으나 의사 할아버지는 오질 않으셨습니다. 주치의가 먼저 와야 하는 거 아닌가 싶지만 그 한국 의사 할아버지 말고 다른 간호사들, 의사들(다들 미쿡인들), 심지어 본인을 의대 학생으로 소개하던 사람까지(제가 알아들은 영어가 맞다면요) 왔다 갔죠. 진통제 투여 후 비몽 사몽하며 왔다 갔다 하는 외국인들을 맞이하던 중에.....

드디어!!!

저에게도 에피 천국으로 인도할 마취과 의사가 와서 저에게

"Hi~ 난 마취과 의사야~ 이제부터 에피듀랄 마취를 할꺼야~ 블라블라~"

라고 말했던 것 같습니다. 백인 아저씨였죠. 뭔가 발랄했던 기억이...

출산 전, 출산 경력자들과 미쿡에 사는 한국 아줌마들의 사이트 '미시유에스에이' 등등 갖은 사이트에서 떠들어 대던 에피 천국. (한국엔 무통분만으로 통하나요?? )아무튼 맞고 나면 하나도 아프지 않게 되서 천국 같다고 하던... 그 천국을 저도 맛볼 생각을하니 너무 신이 났지만 지칠대로 지쳐 신난다 표현을 할 수 없었던 채로 난생 처음 낯선 남자, 외쿡인 아저씨에게 저의 넓디 넓은 등짝을 보여줬습니다.

웅크리고 시술을 받는데...
예전에 열나서 온 아이들이 생각 나더라구요. 뇌수막염을 의심해서 척수를 뺀다고 아이들을 웅크리게 잡고 의사는 그 작은 등에 바늘을 꽂아서 척수액을 뽑고.. 아이는 무섭고 아파서 울고... 엄마는 처치실 밖에서 어쩔줄 몰라하며 울고... 나는 허리를 숙인채로 아이를 계속 잡고 있어야 해서 허리 아파서 울고... 뭐 그랬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더라구요.


그림에서 보시듯 "옆으로 누워서 마취하는 자세" 로 누워서 마취를 하는데...

와... 에피천국을 맛보려다 아파 죽는 줄 알았습니다. 허리에 바늘이 쑥 들어오는데 얼마나 아프던지.... 천국에 들어가는 길은 이리도 험하고 아프고 좁은가 봅니다. 이런걸 애들이 했다니... ㅠㅠ

약물이 주입되고 머리가 살짝 멍해지더니.... 갑자기 속이 메스꺼워져 구토를 하고 말았습니다. 임신 내내 입덧할때도 구토하는게 너무 싫어서 참고 한두번 밖에 안했는데 말이죠. 역시 천국은 좁은문으로 들어가도록 되어 있나 봅니다. 아이구 좁아라..

구토를 다하고 바로 누웠는데 뭔가 침대가 축축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정신은 없는데 간호사, 의사들이 몰려듭니다. 멍한 상태로
'뭐지???'
하고 있는데...
애기 심박동이 모니터에 안잡힌다고 난리가 난 것 같아보였습니다. 난 멍한데... 자기들끼리 갑자기 바쁘고...
'아.... 여보세요들 내 배에 있던 밸트가 풀린거 같애... '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정신도 없었지만 영어가 유창하지 못한지라... 전 미쿡에서 서울말을 배워왔더랬죠.. ) 그러기도 전에 전 침대에 실려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었습니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난 누구? 여긴 어디?' 를 하고 있는데...
전 누워있고, 천이 내 가슴께 쳐지더니, 백인 아저씨(아까 저의 등짝에다 주사바늘 꽂은 아저씨인듯 합니다)가 뭐라뭐라 말을 합니다. 너무 놀라서 울고 있으니 그 백인 아저씨가
"Everything is OK~"
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왠지 모를 안도감에 울음을 진정시키고 몸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걸 느끼면서 ( 배 째고... 벌리고... 애기 꺼내고... 하느라..) 조금 있었더니 애기 울음 소리가.....

"응애~~ 응애~~~"

'아... 쟨 정말 딸이구나~ 세상 이쁜 목소리로 우네...' 란 생각을 했습니다. 이건 정말 똑똑히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신랑도 옆에 있었던 것 같은데, 아마 아기가 나오고 수술실로 들어온 듯 했습니다. 본인도 많이 놀랐을텐데 무표정하게 있었더랬죠.

지금 생각해보면 수술실에서 수술을 했을텐데... 병실에서 수술실까지가 진짜 얼마 안 걸렸거든요. 한국에선 수술을 하려면 수술방도 잡아야하고 수술실도 한층에 몰려있어서 가려면 엘리베이터 타고 다른 사람들 눈 마주쳐가며 갔어야 했는데 넘 금방 이동했습니다. 마치 옆방이 수술실이었던것처럼요. 무슨 영문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무사히 1호가 세상으로 나왔고, 간호사 한명이 1호를 제 품에 안겨주었습니다. 어찌나 작던지... 3kg 쬐끔 넘었을텐데 깃털처럼 가벼웠습니다.

'이게 내 몸에서 나온 생명체라니.... '

감격하고 있는데... 갑자기 간호사가 저에게 젖을 물려보라 하더라구요.

'응?? 갑자기?? 사람들도 있는데?? 뭐이래 개방적이야???'

라고 생각했지만, 하라니깐 시도를 해봤죠.
근데 뭐 제가 언제 젖을 물려봤겠습니까? 어찌하는지 몰라서 버벅거리고, 아이도 버벅거리고....그러던 중에 절 또 어디로 끌고 가더라구요.

도착하고 보니 병실이었습니다. 분만 대기실에서 진통을 하다가 수술을 했고 병실로 이동했나 봅니다. 병실에 도착하니 아이는 신생아실로 끌려가고... (씻고 이것저것 하려고..) 그러고는 기억에 없습니다. 워낙 오래된 일이기도 하고 제가 디테일을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디테일 기억 담당은 저희 신랑이 하고 있습죠. 그래서 맞다고 우기면 전 그냥 다섯번의 출산으로 뇌도 같이 출산해서 기억이 안난다고..... )

이제부터 경막 외 마취 후 제왕절개술을 한 후의 저의 상황입니다.

에피 천국을 맛보진 못했지만... 경막외 마취를 하게 되면 일단 하지에 감각이 없고 못 움직이므로 공기 장화 같은 것을 신겨 줬습니다. (이후로 한번도 장화따윈 신겨주는 병원이 없긴 했습니다.)
왜 이런걸 신겨줬냐면요~ 너무 오래 가만히 있다보면 하지 정맥의 피가 잘 올라가지 못하고 고이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혈전이 생길 수도 있고 하니 공기압을 인위적으로 다리에 줘서 순환이 되도록 도와줍니다. 처음에는 감각이 없어서 별 생각이 없다가 조금씩 돌아오면서 마사지를 해주는 느낌이 들어서 좋더라구요. ^^;;;

아.. 그리고 소변줄(유치 도뇨, Foley cath.)도 하고 있었습니다. 보통 수술하면 다 합니다. 마취가 되어 있으나 화장실을 갈수도 없고 가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기저귀를 할수도 없고... 그래도 하루정도만 하고 바로 제거하기에 크게 무리가 가진 않으나 뺄 때 무진장 아픕니다. 빼고 나서 4시간안에 자가 배뇨(self voiding)하는것도 중요하구요. 전 나름 잘 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기억이 잘 나진 않습니다. 별일이 없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제왕절개술은 큰 수술이고, 장도 건드리는 수술이라 gas out, 즉, 방귀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못 움직이는 내내 난 빨리 gas out을 해서(=방귀를 껴서) 밥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좀 오래 금식을 했더니 배가 너무 고프더라구요. 그리고 하루도 안되서 성공을 했습니다. 신나서 간호사에게 말했더니 처음에는 못 알아듣더라구요.. 앞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전 미국에서 서울말을 배웠으니깐요.. 뭐 여차저차 설명하고 물 먹고 바로 밥을 얻어 먹었습니다.

미국 병원인데 미역국이 있더라구요!!???? 한국인이 많이 와서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왠지 먹어야할것 같아서 먹어봤는데... 뭔가 맛이 없었던 기억이 흐릿하게 나는군요. 그래서 그 뒤로 그냥 햄버거 먹고, 메뉴 중에 맘에 드는거 먹고... 그러다 엄마한테 혼나고... 엄마가 만들어온 미역국 먹고... 먹고, 먹이고, 자고, 싸고... 이렇게 3일을 지냈습니다.

4일째 되는 날 오후에 할아버지 의사 선생님이 회진을 도시면서 제 상태를 보시더니 갑자기 퇴원명령을 내리시더라구요. 제가 상태가 참 좋긴했습니다. 남들은 제왕절개를 하면 몸이 붓고 뭐 안좋고 한다던데.. 전 뭐 배가 아픈 것 빼고는 잘먹고 잘싸고 (배를 쨌는데 배에 힘을 준다는게 좀 힘들긴했지만 성공을 해냈죠. 넘 많이 먹어서 밀려나왔던... ) 애기도 건강하고 수술 부위도 깨끗하고~ 그래서 강퇴 당했습니다. 좀 더 있고 싶었는데...

의사 할아버지가 아마 간호사 스테이션에 가서 퇴원 처방을 냈겠죠?? 그러고 나니 RN 이 와서 퇴원 교육이랍시고 비디오를 보여 줍니다. 제가 말을 못해서 그렇지 비디오는 90% 이상 다 알아들었습니다.

그리고 사랑스러운 1호를 데리고 집으로 향하는데... 4월 중순에 눈비가 휘몰아치고 있더라구요. ㅡㅡ;;; 역쉬, 시카고~

미국에서 제왕 절개술을 하게되면 2만불 정도는 든다고 합니다.(지인 출산경험담) 미쿡이 의료비가 비싼건 다들 아시죠??? 근데 물품 쓰는 모양새를 보니 그럴만도 해 보였습니다. 일회용들을 어찌나 펑펑 쓰는지.... 하지만 한국은 100만원도 채 하지 않죠. 우리나라 좋은나라~ 물론 전 운이 좋게도 유학생에게도 보험을 적용 해주던 일리노이주에 있었기에 제가 지불한 병원비는 없었습니다.

이렇게 저의 미국병원에서 경험한 첫번째 응급 제왕 절개 후기를 마쳐볼까 합니다. 입원 해 있으면서 아이에 관련한 일도 여러가지 있었지만 그냥 출산한 이야기만 적고 싶어서 아이 관련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풀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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