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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뽀삐뽀 오남매

벌에 쏘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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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복이 오남매 맘 리자입니다.

 

요즘 돈은 안벌리고 이야깃거리만 벌리는 기분입니다.

 

며칠 전 2호와 함께 5호를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오던 길이었습니다.

4호의 하원시간이 다되어 양 손에 아이들을 잡고 채근을 하며 30도 경사의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었죠.

워낙 운동 부족이라 그 짧은 거리를 헉헉거리면서 올라오고 있었죠. 

그런데 갑자기 뭐가 저의 귀에 부딪혔습니다. 

 

"애앵~!!!"

 

아.. 무슨 벌레가 귀에 또 붙었나 보다 라고 생각하면서 손으로 털어내려고 제 귀를 쳤습니다.

 

악!!!!!!!

귀에 통증이 느껴지면서 벌레가 잘 안떨어졌습니다.

옆에서 2호 복복이가

 

"엄마 왜그래??!!

 

라고 묻는 사이에 제가 귀를 손으로 몇번 털어내고 나니 바닥에 벌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엄마! 벌에 쏘였어??? 이놈이야?? 야잇!! 죽어라!!!"

 

그러면서 벌을 발로 밟아 죽이더라구요.

귀는 아프지 2호가 그러는데 웃기지 5호는 뭣도 모르고 그냥 2호 누나가 준 마이쮸같이 생긴 간식만 열심히 먹고 있지...

 

아.. 상황이 너무 어이없더라구요. 내 삶은 왜 이렇게 시트콤 같을까 하고 생각을 하며.. 한쪽 손으로 벌침 부위를 건드리지 않고 주변 부위를 꽉 잡고 한 손엔 5호의 손을 꽉 잡고, 2호에게 

 

"엄마 귀가 너무 아파. 빨리가자!"

 

하고 거의 달리다시피 집으로 갔습니다. 5호가 잘 따라와 줘서 다행이었죠. 간식을 입에 물리니 참 잘 따라오네요. ㅋㅋ.

 

주차장에 2호를 두고 잠깐만 기다리라고 1호 언니 보내겠다고 하고 5호를 데리고 집으로 뛰어 올라가다가 힘들어서 5호도 버려두고 집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문을 열면서 숨을 헐떡거리면서...

"1호야!!! 엄마 벌에 쏘였어!!!! 밑에가서 동생들 좀 데리고 와줘!!!"

라고 외치며 화장실로 들어갔습니다. 평화롭게 게임을 하고 있던 1호는 재빨리 동생들을 데릴러 가고, 저는 일단 벌침을 빼야겠다는 생각에 주변을 둘러 보았습니다. 제 눈에 들어온 건 신랑 콧털 가위. 그 가위의 윗부분이 핀셋같이 생겼길래 거울을 보면서 셀프 제거를 했습니다. 왠지 독이 퍼질것 같다는 생각에 물린 주변을 더 쎄게 누르면서요. 제거를 하고 봤더니 벌침 한쪽이 뾰족하다기 보단 들쑥날쑥해 보였습니다.

그 순간 '아.. 꿀벌들은 벌침이 빠지면 안에 내장까지 딸려나와 죽는다던데... 쯧쯔.. 걘 죽었겠... 아니구나 2호가 밟아 죽였지.' 란 생각을 했습니다.

일단 물로 대충 씻어내고 계속 귀을 잡은 채 재빨리 구글링을 했습니다. 인터넷은 참 좋은 것입니다.

 

 

 


아... 아까 벌에 쏘이자 마자 2호가 저에게
"엄마!!! 카드로 긁어내야해!!"
들었을땐 무슨 소린가 했는데 벌침 제거법을 정확히 알고 있는 초등1학년생이었습니다.

여담이긴하지만 2호는 "삐뽀삐뽀 x-file, 호기심 빵빵 등 의학 관련 EBS 프로그램을 즐겨 봅니다. 본 것 또 보고.. 본 것 또 보고... 덕분에 저도 옆에서 귓동냥으로 듣는 것도 많습니다. 

여담에서 벗어나서... 아무튼 전 하지 말라는거 했고(핀셋으로 벌침 빼기), 알러지 비염에 먼지, 풀, 햇볕 알러지 등을 가지고 있는지라 혹시 몰라 바로 밖에 있던 신랑을 소환 했습니다.


"여보! 나 벌 쏘였어! 알러지 반응 생길지도 모르니깐 빨리 집에 와줘~!"

그 사이에 1호와 2호가 4호와 5호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1호가 엄마가 걱정이 됬는지


"엄마, 괜찮아? 근데 꿀벌이야 말벌이야?"

 

음... 1호다운 발언이군요. 그래서 꿀벌인것 같다고 말해줬더니


"다행이네~ 말벌이면 큰일날뻔했는데...."

 

아... 우리 1호, 아픈 사람 위로하는 말하기 방법. 뭐 이런걸 차근차근 가르쳐 줘야할것 같아요. 그래도 1호의 방법으로 위로를 해주었으니 넘어가겠습니다. 그런 걸 정정해주기엔 제 귀가 너무 아팠거든요.

일단 집에 있는 항생제와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어있는 연고를 발라주고 얼음 주머니를 귀에 대고 있으니 신랑이 왔습니다.

다행히 아이들은 만화에 빠져서 엄마가 아픈지 어떤지 관심도 없고 귀찮게 하지도 않았습니다.
들어오면서 괜찮냐고 한마디 하더니...

 

"봉독침 맞은거라 생각해~"

 

아.. 말이야 방구야... ㅋㅋㅋㅋㅋ

그러고 보니 그렇더라구요. 봉독침. 저희 병원에서도 봉독침을 맞아 봤네요.(양/한방 통합병원이라..) 

그땐 발바닥이 너무 아파서 발바닥에 맞고 알러지 반응 있을까봐 마음 졸였던 기억이...

환자분들 중에 몇분은 알러지 반응이 일어나서 가렵고 긁어서 붓고 그래서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어간 데스오웬로션을 바르거나 심하면 페니라민+덱사 주사를 맞기도 합니다. 

다행히 전 봉독침에 알러지 반응이 없었으므로 이번에도 심한 알러지 반응은 없을 것이라 조심스럽게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니깐요.

 

그렇게 말하고 나니 갑자기 귀 혈자리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러자 신랑이 바로 빠른 구글링으로..

 

"턱 리프팅하는 자리네~!"

 

아.. 공짜로 턱 리프팅하게 생겼네~ 근데 왼쪽만 해서 얼굴 삐뚤어지면 어떡하지~? 뭐 이런 말도 안되는 소릴 하는 거 보니 전 괜찮은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사람일은 모르는 것이니 신랑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고 얼음 주머니를 귀에 대고 자리 보전하고 누웠습니다.

계속 아프더라구요. 욱신욱신... 그러다가 한번 천장이 핑그르르하고 돌았습니다.

 

"여보! 나 어지러운거 같애. 천장이 뱅글뱅글 돌아!"

 

저희 신랑 급 심각해집니다. 저를 걱정하는 것도 있지만 제가 없어지면 신랑은 5명을 혼자 다 봐야합니다. 그래서 제가 아픈 꼴을 못 봅니다. 똑 구글링... 전신 반응 중에 현기증도 있을 수 있다면서 아이들이 저에게 달려오니깐 사력을 다해 막아줍니다. 엄마 죽을 수도 있다고.. ㅡㅡ;;;;;;;; 

 

그런데 잠시 지나니 멀쩡해집니다. 전 생각보다 튼튼하니깐요. 애도 다섯이나 낳았는데 벌 한마리 쯤이야. 그리고 나서 저녁시간이라 갑자기 냉면이 땡깁니다. 누워서 바쁘게 아이들 저녁을 준비하는 신랑에게 외쳤습니다.

 

"여보!!나 냉면이 먹고싶어!!"

 

그랬더니 재빨리 냉면을 주문하고 마저 아이들의 저녁을 차립니다. 아... 이 얼마나 듬직하고 믿음직스러운 신랑인가요.

저녁을 다 차리고 아이들은 저녁을 먼저 먹고 있고 드디어 냉면이 도착했습니다. 누워 있다가 슬슬 일어나서 먹으러 가야겠다라고 생각하는 찰나 아이들의 질문이 귀에 들어옵니다.

 

"아빠! 근데 왜 엄마는 저거 먹어?"

"엄마가 아까 어지럽다고 했거든, 그래서 이 냉면이 엄마가 살아서 먹는 마지막 음식이 될 수 있으니 먹는거야."

 

아... 놔... 이 인간이...

 

한 한시간쯤 지나니 통증은 좀 없어지고 간지러운 것도 없었습니다. 회복이 참 빠르다라고 생각하고 빨리 블로그에 올려야지 하고 글을 쓰다가 어느덧 3일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첫날은 금방 괜찮아질 것 같았는데 둘째날은 귀 밑으로 귀미테 붙이는 곳이 간지럽더라구요. 그리고 셋째날은 살짝 부어있고 간혹가다 간지러웠습니다. 그래서 씻고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어있는, 아기 기저귀 발진이 생기면 사용하는 연고인 리도멕스 연고를 조금 도포하고 나니 덜 간지러워졌습니다. 넷째날로 넘어가고 있는 밤인 현재시각은 만지면 약간 부어있는 느낌이 있고 열감이 아주 살짝 있는 정도입니다.

 

정말 살다살다 걸어가다가 벌에 쏘여보긴 처음입니다. 아니죠. 태어나서 처음으로 벌에 쏘여 봤네요. 참 어이가 없긴 하지만 저에게 블로그에 글 쓸 거리를 제공하고 불쌍하게 2호의 발에 밟혀 죽은 벌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꿀벌아. RIP.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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