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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일기

오복이네 육아일기 시즌 3 5화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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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복이네 오남매 맘 리자입니다.

오늘은 초반이 좀 암울할 예정입니다. 기분이 안 좋으신 분들은 초반을 뛰어넘어 후반으로 바로 넘어가 주셔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아니 애를 넷이나 낳고 뱃속에 애기가 있는 아내를 두고 왜 입소를 한 거야??라고 궁금하신 분들은 엄마가 하는 넋두리 겸 일기를 천천히 읽어주세요. 오늘은 내용을 길게 이어 가려고 합니다. 


5월 초반은 신랑님이 훈련소에서 나오니 마니 하던 시기입니다.

뱃속의 아이에... 뛰쳐 돌아다니는 네 딸들... 병원에서는 수간호사 대행이라는 핑계로 병원의 일들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었지만 5월 4일 퇴소식만 마치면 신랑이 집에 올 것이라는 것 하나만 가지고 버텨내고 있었죠. 5월 5일이 어린이 날이니 맞춰서 나오면 아이들도 아빠도 좋을 거라 생각하며 조금만 더 힘을 내자며 정말 젖 먹던 힘까지 다 쓰고 있었습니다.

5월 2일
3호 소풍간다고 허접한 도시락 싸서 보내고..
1,2호 좋아하는옷 골라서 입혀 보내고....
4호는 소풍 못가서 집에서 보는데..
집 꼴이 엉망인데 꼼짝하기 시름.
3일 뒤면 신랑이 나오는데...
욕도 많이 늘었다던데... 욕하겠구먼..

이때까지만 해도 3일 뒤면 신랑이 나와 함께할 생각에 버티고 있었죠. 

그. 런. 데


5월 3일
아빠 돌아올 때가 되서인지... 다복이 태동은 날로 강해지고... 
잘 버텨주던 애들은 아프기 시작하고.. 
나도.. 엄마도 체력의 한계가 오고 있고... 
하지만... 그 아빤 제 날짜에 집에 오지 못한다. 
그지 같은 국방부 & 병무청 일 처리 때문에.. 
애들한테 안 좋다는 핑계 대고 참아보려 하지만.. 
아무 득도 없이 페북에다 푸념만 하고 있다. 
신랑님, 당신은 무슨 인생이 이렇게 다이내믹하고 쉽게 넘어가질 않는 거니??

라고 적혀있는 것을 보니 퇴소식 전에 5일에 나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나 봅니다.(이젠 너무 오래되서 기억도 안납니다. 아니면 무의식에서 지워버리고 싶어 했을지도..) 아빠가 나오지 못하는 이유가 궁금하실까봐 알려드려요. 

길게 적다가 넘 길어지면 지루해하실까 봐 간단히 적어보겠습니다. 병적지의 이유로 해병대 입소자였던 아빠가 대구로 내려왔는데 주소를 이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병적지를 따라서 가야 한다는 병무청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논리를 펼쳤습니다. 대구의 주소지로 했으면 육군이라 4주만 훈련을 받아도 되었던걸 굳이 해병대로 가서 7주간의 훈련을 받으면서 버텼는데 이번엔 국방부 쪽에서 일이 제대로 처리가 안되었나 봅니다. 아무래도 해병대 훈련소에 갔다가 육군 상근으로 근무하는 사람은 없었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 생각해도 병무청은 왜 그렇게 일을 처리했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생계 곤란으로 면제 신청을 했을 때도 거의 1년 반의 시간을 조사를 한답시고 집안 곳곳을 쑤시고 다녀서 난감했었는데... 지난 일이니깐... 지난 일이니깐요. 넘어가겠습니다. 아무튼 해병대에서 육군으로 넘어가는 행정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아빠는 7주가 지나도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5월 4일

그렇지만 퇴소식을 보러 갔습니다. 장인과 장모, 임신한 아내와 네 딸들이 아빠의 퇴소식을 보러 대구에서 포항으로 달렸죠. 하지만 아이들이 어리니 토하고 배 아프다. 쉬 마렵다 해서 휴게소마다 들르느라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해 퇴소식을 보지 못했습니다. ㅠㅠ 얼마나 미안하던지..  나이도 제일 많고 아이도 젤 많은 훈련병이라 퇴소식 마지막에 영상편지도 찍었었는데 못 봤습니다. 다행히 다른 훈련병 가족분들이 올려주신 동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막상 처음 봤을 때는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못 보겠던데 이 글을 쓰느라 다시 봤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지도 불쌍하고 나도 불쌍하고...  지난 일이니깐요. 

퇴소식은 보지 못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만났습니다. 아... 봤는데.... 아련할 줄 알았는데 보자마자 빵! 하고 터졌습니다. 멋진 해병을 기대했는데... 피골이 상접해서 얼굴은 새까맣고.... 정복을 입었는데 색깔이 그래서인지 인민군이신줄... 덕분에 울지 않고 즐겁게 상봉을 할 수 있었습니다. 몸으로도 웃겨주는 신랑입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파서 1도 못 먹어서 더 수척해 보였던 것이었더라고요. 그것도 모르고 보자마자 웃어서 좀 미안했네요.)

 

 

 

혹시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 하실까 봐... 뻥 아니냐고 하실까봐 사진도 올려봅니다. ㅋㅋㅋㅋㅋ 5호는 뱃속에서 저의 스트레스를 다 받아내고 있었죠.


저렇게 일장춘몽 같은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1호가 자기 전 기도를 했다.

 

"아빠 빨리 나오게 해 주시고 다복이도 빨리 나오게 해 주세요. "

그랬더니 옆에서 2호도 질세라 기도한다.


"동생들 빨리 크게 해 주시고 바둑이 안 나오게 해 주세요."

 

응?? -.-;;;;  


그렇게 네 자매는 어린이 날을 맞습니다.

 

5월 5일

1호: 오늘은 어린이 날인데... 아빠가 안 와... 계-속....ㅜㅜ
2호: (창밖을 쳐다보며..) 아빤 잘 있을까??

 

아이들 때문 에라도 마음을 다 잡아야지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5.8

 

 


40개월짜리 3호가 일어나서 내 옆에 누워있는 1호에게 1호의 이름을 부르면서 말했다.

"한벼라... 으...으... 좀 이러나 봐.."

1호가 안 일어나고 있으니..

"어니야~ 으... 좀... 이러나 봐"

 

본인이 이름을 불러서 안 일어나는 줄 알았나 봅니다.

이렇게 일상을 보내고 있었지만....


5월 11일 

오늘은 집에 오려나...??
애들은 밤마다 난리..
민원 넣어도 별로 달라지는 거 없는 국방부 시계.. 느려 터짐.
전화 한 통이면 끝인가??

 

전화를 받았던 것 같은데...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나쁜 일은 빨리 잊어버리는 성격이라 편한 것도 있고 뭔가 손해 보는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아빠 이등병이 전화가 왔다.
그래서 어째 내가 연락하고 민원을 넣어야 전활 하냐?? 그랬더니..
전화했었냐며... 어쩐지 위에 사람이 왔단다..
내일 여단으로 옮겨갈 거고 어찌 될지 모른단 소릴하면서...
국방부에서 일 처리 안 해주면 이번 주말도 넘길 수 있을 거 같단 소릴한다.
그러면서 자긴 이러다 지방령이 되겠단다..
아... 난... 화병 나서 죽어서 귀신 되겠다.
내가 죽어야 국방부는 일하련가??

이러고 있는데 1호가 방금 기도했다며...
"다복이 빨리 나오고 엄마 아픈 거 빨리 낫고.. 아빠 거기서 빨리 나오도록. 그리고 할머니가 요즘 우리 본다고 아픈 거 같은데 낫게 해 달라고... "
ㅠㅠ 나보다 나은 게 나한테서 나왔어.

 

정말 저보다 나은게 나와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그나저나 다복인 빨리 나오면 안 되는데... 자꾸 보고 싶은지 빨리 나오라고 기돌 했네요. 화가 난 마음을 붙잡고 잠이 들었고 그다음 날이 되었습니다.


5월 12일 
아...
어제 난리 친 보람이 있었던 건가?
해병대 감찰 민원실에서 전화가 와서 신랑이 오늘 밤에 집에 올 수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
일처리가 늦어져서 미안했다는 사과와 함께...
민원 두 건을 취하해 달라는 요청과 함께...
어찌하여 난리 치지 않으면 일 처릴 빨리빨리 안 해주는 건가 싶기도 하고 난 국방부에서 처릴 제대로 안 하는 줄 알고 민원을 보냈는데 그 사람들은 또 해병대로 케이스를 넘겨버려서 니들이 해결하라.. 이렇게 했나 보다..
여전히 국방부는 맘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나와 우리 아이들은 아빠를 오늘 저녁에 볼 수 있단 생각에 행복하기에 민원을 취하해주겠어. 누굴 괴롭히기 위한 게 아니고 일 해결을 위해 민원을 보낸 거니깐...
이로써 나의 답답함은 하나 더 해결이 되었다.
이제 집 정리를 빨리 해야겠다.

오후

 

 


왔다!!!
민원은 취소해줬다.
왔. 는. 데....
쉬지 않고 말을 한다....
순간 민원 넣은 거 후회함. ㅋㅋ


아... 드디어.. 우울하고도 화가 치밀어 올랐던 5월 초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아빠라는 존재는 저희 집에서는 참 큰데... 한국의 특성(?)이라고 해야 할까요? 육아에 있어서 아빠를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예전 문화 때문인지 왜 신랑이 군대를 가면 안 되는 건지 모르겠다는 병무청 사람이 있더라고요. 육아는 엄마랑 할머니가 하는거지... 뭐 이런느낌? 신랑보고 니가 군에 가면 넌 편하겠네 뭐 이런 식의 발언을 했던 그 병무청 높은 사람... 잘 사시길 바랍니다. 저랑 병원에서 마주치면 큰일 나실 수도 있으니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십시오.

어쨌든 지금은 다 지난 이야기입니다.

이곳에다 이야기를 자세하게 일일이 풀어낼 순 없지만... 그리고 사실 기억도 다 안 납니다. 그래도 이렇게 정리할 수 있으니 좋습니다. 

이젠 아빠가 돌아왔으니 다시 오복이네는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5월 21일

4호가 엄마에게 안겨 1호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1호가 보더니 한마디 한다.

"뭐! 뭐 쳐다봐!"

그러면서 놀아준 거란다... 야성미가 폭발한다.

 

 

아빠가 돌아오면서 1호의 야성이 살아났나 봅니다. 그래도 붙어 있을 땐 사이가 좋은(?) 자매입니다.

 

마지막으로 4호의 매력을 보여 드리며 5월의 이야기를 마치려고 합니다.

아빠가 돌아온 후 어느 날 새벽에 잠이 깨서 일어났던 15개월 4호가 혼자 놀다가 식탁 위에서 잠든 모습입니다. 먹소녀답게 식탁을 침대 삼아 너무나 편안히 자고 있네요. 5세가 된 지금도 저 자세로 종종 자고 있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P.S 왜 그제서야 군대를 갔냐 하시는 분들을 위해... 앞의 이야기를 읽으시면 힌트를 얻으실 수 있으나 귀찮으신 분들을 위하여~
신랑이 결혼을 일찍 했습니다. 전... 제때 간 것 같습니다. 제가 능력이 좀 좋죠~ ㅎㅎ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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