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호가 귀에서 피가 나요.

오 남매 집이긴 하지만 1호부터 4호까지 다 여자아이들입니다. 막내 5호가 남자아이죠.

1호도 여자아이치고는 활발에 극치를 달리고 에너지가 넘쳐서 그런지 잠을 자지 않아 고생도 많이 했고,

2호는 유난히 잘 넘어지고 팔도 잘빠지고 잘 부딪히고... 

3호는 태어날때 갑자기 호흡부전이 와서 인큐베이터에 인공호흡기도 달아봤었고..

4호는 힘도 세고 자기주장도 강해서인지 뭐든 자기가 하려고 하다가 사고를 여러 번 내서 응급실도 몇 번 가게 만들었었죠.

그래서 나름 겪어 볼 사고들 대충 다 겪어봤고, 소아과 병동에서 일하면서 사고 쳐서 오는 애들도 몇 번 봐서 이젠 별 것 없겠지.... 하던 저에게

아들이 뿅 하고 왔습니다.

막내기도 하고 기질 상 그렇게 힘든 아이가 아니어서 딸 다섯을 키우는 것 같다는 느낌으로 키우고 있었죠.

 

그. 런. 데.

요놈이 시간이 갈수록 나는 남자아이다!라고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누나들이 전혀 안 하던 짓을 하더라고요.

 

예를 들면...

1. 콧구멍에 누나의 해리포터 레고 장난감의 마술 지팡이를 넣지를 않나...
2. 방방 방 뛰는 것도 누나들이랑 차원이 다릅니다.
3. 아빠가 몸으로 놀아주면 누나들은 몇 번 놀다가 무섭다고 하는데 무한 반복 양손을 뻗어해달라고 어필합니다.

그리고.. 살짝 누나들에 비해 바보 같은 행동을 해서... (하지만 무진장 귀엽습니다.)

멍뭉이라고 부르고 있죠. 

 

누나들이

5호는 왜??

 

라고 불평을 하기 시작하면...

 

5호는 아직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냥 멍뭉이 한 마리 키운다고 생각하고 돌봐주어야 한다.
5호가 5살이 되면 너희한테 하라고 하는 것들 다 5호에게도 하게 할 것이다. 

 

뭐 이렇게 얘길 하면 누나들도 수긍을 합니다. 자기들이 봐도 멍뭉이 같긴 한가 봐요.

 

이런 멍뭉이가 점점 사고뭉치가 되어갑니다. (하지만 정말 너무 귀엽습니다. 이래서 내리사랑인가 봐요. )

 

어제는 멍뭉이 5호와 누나들과 함께 식탁에서 간식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멍뭉이가 오른쪽 귀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가 빼더니 식탁에 검은 가루를 보고 

 

"으에!! 으에!"

 

놀랜 소리를 내는 게 아니겠습니까? 

 

5호는 아직 말을 정확히 못 합니다.

(말도 누나들에 비해 많이 느리긴 해요. 하지만 제가 하는 말 다 알아들으니.. 걱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말을 너무 빨리하면 제가 피곤해집니다. 다섯 명이 한꺼번에 저한테 말한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네요..)

 

처음에는 간식에서 가루가 떨어졌나 해서 그냥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한두 번 정도 같은 행동을 반복하더라고요.

그래서 찝찝한 마음에 가까이 가서 보니.. 

귓바퀴에 피딱지가 붙어있더라고요.

그 가루가 떨어졌던 것이었습니다. 

 

귀 동그란 바퀴 부분에 동그랗게 검정색으로 피가 묻어 있었어요.

아... 이노 무시 키... 또 귀에다 무슨 짓을 한 건가... 귀를 또 쑤셨구먼... 

 

그래서 일단 귓바퀴에 있는 피딱지도 닦을 겸 5홀 눕혀서 귀를 보며 계속 구시렁 대고 있었습니다.

1호가 오더니 

 

어? 그거 어제도 있었는데... 

 

아놔... 그걸 봤으면 그렇다고 얘길 해줬어야지..

또 구시렁대면서 면봉으로 닦으려고 했더니 귀를 못 만지게 하더라고요.

보통 귀 파주는 걸 좋아해서 가만히 있는 아인데...

(애당초 귀를 파준 게 잘못이었죠.. 아마 이거 따라 하려다 귀를 찌른 것 같습니다. )

 

느낌이 싸~하길래

신랑에게 바로 병원엘 가자고 했습니다.

다행히 점심시간 전이더라고요. 

서둘러 동네 이비인후과로 달려갔습니다.

 

-참고-

소아과로 가도 되지만 이렇게 다친 것 같은 경우는 그냥 전문과로 바로 가는 것이 처리가 빠를 수도 있습니다.

소아과는 소아의 모든 것을 1차적으로 확인하는 곳, 성인 파트의 내과랑 같은 곳이라고 보면 되고요.

이렇게 다치는 경우는 전문의를 찾아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에 어떤 병엔 어떤 과로 가면 좋을지 한번 포스팅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생각보다 헷갈려하시더라고요.

 

병원에 갔더니 코로나 때문에 진료 볼 때 보호자 1명만 들어오라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래도 제가 의학적 지식이 있으니 버둥대는 애들 안고 들어갔습니다.

 

의사 선생님에게 정확히 언제 다친지는 모르나 어제부터 귓바퀴에 검은 피가 묻어 있었다 라고 설명을 하고,

귀를 보기 위해 카메라를 귀에 집어넣으려고 했더니 기겁을 하더라구요.

이렇게 아픈데 어떻게 참았지? 싶었습니다. 

 

화면에 5호의 귓속이 보이는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고막 쪽에 오래된 피 색깔의 피가 고여 있고, 외이도 벽에도 귀지와 피가 범벅이 되어있었습니다.

 

고막이 저기 위의 정상처럼 보여야 하는데...

염증이 생겼는지... 중이염이 생겼는지 조차 볼 수없게  정색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아.. 이노 무시 키. 뭘 얼마나 어떻게 귀를 쑤신 건지...

피가 고여 있어서 고막에 구멍이 낫는지 아닌지 검사를 해야 한다며 검사실로 갔습니다.

고막 운동성 검사였고요.

그냥 막대기 같이 생긴 걸 귓구멍에 대고 잠깐 있으며 금방 검사 결과가 나왔어요.

 

검사 결과는 그래프 모양으로 출력이 되었는데 사진을 못 찍어 다른 그림으로 대신합니다.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 찾았습니다.

대충 이렇게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의사 선생님 설명으로는 산 모양 그래프가 보이면 고막이 압력에 반응을 하는 것이라고 구멍이 안 생겼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하. 지. 만.

한 번씩 피딱지가 반응해서 결과가 그렇게 나올 수도 있다고 점이액과 항생제를 복용하고 월요일에 다시 오라고 해서 진료실을 나왔습니다.

 

발버둥 치는 아이를 안고 나왔는데...

밖에 있던 아빠를 보자마자 한다는 말이...

 

사랐다~~~!!(살았다.)

발버둥치면서 끌려나오는 5호

참... 네...

어이가 없어서..

 

약을 받으러 갔더니 약사님이 점이액을 넣을 때 한동안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도록 가만히 옆으로 눕혀 놓으라고 신신당부를 하셨습니다. (저도 그 정도는 알지만... 처음 듣는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나왔죠. 전 밖에선 간호사인 거 티 내지 않습니다. ) 

 

약을 받고 보니 점이액도 먹는 약도 다 항생제군요. 

 

 

약을 받아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잠이 들었길래....

 

떡실신

 

 

기회다 싶어 내리지 않고 귀에다 점이액을 넣었죠.

자는 동안 좀 가만히 있을까 싶어서....

 

 

 

하지만...

실패!!

 

누가 보면 제가 때린 줄 알겠습니다. ㅡㅡ;;;;

 

 

그래서 그냥 우선 약만 먹였습니다. 

 

다행히 약은 잘 먹네요.

 

 

사진으로 보시다시피 5호의 머리가 길어서 제가 귀를 제때 볼 수 없었어요. 

좀 더 잘 관찰할 수 있기 위해...

머리카락을 잘랐습니다. 

 

미용실의 이발기 소리를 극혐 하는 아이라..

하나하나 가위로 자르느라 힘들었습니다.

비록 머리가 계단식 논처럼 변했지만...

귓구멍 하나는 확실하게 보입니다.

 

잘생겨 보이네요.

하지만 실제로 보시면..

말 안 들어서 부모님께 머리를 잘린 딸내미이 같습니다.

그래서 또 폭풍 검색.

유아용 이발기를 찾았습니다.

https://coupa.ng/bCWjso

바비온 방수 이발기 SBC-401

구매평이 좋은 아이로~ 구매 완료. ㅍ

오늘은 머릴 예쁘게 만들어줘야죠~ 

빨리 와라 빨리 와라...  전 로켓 배송이 넘나 좋아요. ㅎㅎ 

 

현재 지금 5호는 아파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주의 깊게 보고 있습니다.

들리는 것도 잘 들리는 것 같고요.

놀기도 잘 놀구요.

다만 귀에 약 넣을때 좀 싫어하긴 하네요.

 

아이가 많아 자꾸 세밀한 걸 놓쳐서 아이들한테 좀 미안하긴 합니다.

하지만 일단 아프거나 다친 것이 보이면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아이들이 아프면 바로 엄마 모드에서 간호사 모드로 전환됩니다.

전.. 한 번에 25명의 환자도 봤던 대한민국 간호사니깐요~ 일단 발견한 일은 최선을 다해 처리합니다. ㅎㅎㅎ

 

다음엔 다른 이야기로 또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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