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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나를 돌보는 법을 잊어버린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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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심건작가님과 함께 하는 서평단 모집에 선정되어 좋은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기 보다는 마음이 잘 서지 않아서 이렇게라도 책을 읽고 서평을 쓰다보니 벌써 10권이 넘어가게 쓰고 있다. 나처럼 강제성을 띄지 않으면 잘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독서를 하게끔 하는 방법으로 좋은 듯하다. 난 서평이라기보단 그냥 독후감 같은 느낌이긴 하지만.. 오늘도 서평의 껍데기를 쓴 내 이야기..

책으로 넘어가서..

나를 돌보는 법을 잃어버린 나에게

지은이 장재희

출판사 나무와 열매

 

일단 이 책의 서평단에 지원하게 된 이유는 저자가 간호사였다. 간호사들은 임상을 하다가 다른 공부를 많이들 한다. 간호학을 달아 공부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병원 일에 신물이 나 다른 일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이 작가님은 향장학이라는 것을 공부했다고 한다. 신선했다. 향장학이라니.. 그리고 간호사 & 티 소믈리에 뭔가 매력적이다. 

 

 

 

신입 간호사들은 병원에서 1년정도 일하면 번아웃을 한번은 경험한다. 그래서 1년이 지나면 같이 입사했던 동기들이 반은 없어지는 경험도 하기도 한다.  요즘은 1년도 안가는 것 같긴 하지만.. 

간호사들은 남을 돌보는 사람이지만 정작 자신을 돌보는 사람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요즘은 좀 덜하지만 아니 요즘도.. 자신을 돌본다고 하면 정말 이기적인 사람 취급 당한다. 아무래도 인력을 넉넉히 쓰지 않으려는 병원의 경영 방침(?) 덕분에 일주일에 1번을 온전히 쉬기 힘든 그런 스케줄로 생활을 하다보면 

'나는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데 쟤는 왜 저래??' 

라는 생각이 안 들래야 안 들 수가 없다. 그러다 보면 점점 더 나를 돌보는 법은 잊고 서로를 탓하고 물고 뜯고... (갈비인줄...) 그러다 환자들에게도 불친절하게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  에휴.. 

 

다시 책으로... 

책을 쭉 읽어본 결과 작가님의 번아웃의 시작은 이 부분이지 않았나 싶다. (내가 책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다면..)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실 때 가족간에 서로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것 부터... 

 

 

 

 

"온전한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 그것은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이 상황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더 컸었나 보다."

온전한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누구나 어려운 것이 아닐까 싶다. 책의 표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어려운데 그것부터가 안되니... 인정한다고 지는 것도 아니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고 삶이 힘들어지는 것도 아닌데 왜 인정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울까.. 

 

책을 계속 읽어나가면서 작가님의 병원 생활을 보게 되면서 참... 어쩜 이리 공감이 백만개~ 그중에 하나.

 

 

 

간호대에서는 우리는 전문직이다. 그리고 미국 간호사들과 비교를 한다.

그렇게 한껏 전문가로써의 모습을 꿈꾸다가 막상 한국병원으로 취직해서 일을 하다보면 난 간호사인가? 의사인가? 청소하는 직원인가? 임상병리사인가? 간호조무사인가? 원무과직원인가? 내가 병동에서 일을 하고 있는건가? 심사팀인가? 등등의 의문을 품게 된다. 그러면서 회의를 느끼고 미국 간호사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함께 NCLEX-RN이라는 미국간호사면허 시험을 준비하게 된다. 나도 3년차 쯤인가? 대학생 때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가봤던 미국 병원이 생각나면서 준비를 했다. 사실 공부를 한다고는 했지만 3교대를 하면서 공부를 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대충대충... 그러다 나는 그 시험을 치겠다고 했던 사실을 잊어 버렸다가 병원을 그만두고 공부도 하고 머리도 식힐 겸 어학 연수를 떠나고 나서 시험을 칠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시카고에서 잠깐 빡세게 공부를 하고 나는 뉴욕주 간호사가 되었다. 물론 뉴욕은 가본 적이 없다. 여행으로라도 한번쯤 가봤을 만도 한데.... 워낙 집순이라 시카고에 있으면서도 뉴욕으로 놀러 갈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그래서 사실 다음 부분이 나에겐 해당이 되지 않았던 부분이랄까? 

 

여행, 채워지지 않는 목마름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생각이 있는지라 여행에 대한 로망은 없다. (요즘은 애들 때문에 겨우 겨우 가는 편)

그래서인지 같이 일하는 선생님들이 오프만 되면 그렇게 기를 쓰고 놀러 가는 게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힘들지 않나?? 집이 제일 편한데... 라고 생각하곤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정도 그 선생님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울 병동 선생님들을 잘 토닥거려 줄 수 있겠다. 채워지지 않으니 계속 그렇게 떠나는구나.. 

 

원래는 책을 읽고 병동에 두면서 다른 선생님들과 보려고 했는데 계속 공감되는 글 때문에 줄을 긋다보니 너무 지저분해 져서 공유를 못할 지경이다. 

 

 

이 부분은 간호사뿐만 아니라 거의 웬만한 사람들은 다 가지고 있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나도 병원에선 그렇게나 성격이 유하고 유쾌한 간호사지만 집에 오면 그 유함과 유쾌함이 90%는 없어지는 듯하다. 피곤함과 감정 노동에 찌들어 불쌍한 김가들에게 짜증을 내고 있으면 내가 이럴려고 일을 하나 자괴감이 든다. 

 

 

 

 사람들은 종종 '생긴 대로 살아야 한다'는 말을 하곤한다. 그다지 좋은 뜻으로 쓰진 않는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다. 문제는 그 '생긴대로'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것. 잘 알지 못한 탓에 껍데기가 생긴대로인 줄 살다가 지치고 방황하고 왜 사는 건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다. 고민을 하고 방황하는 것을 무시하고 그냥 '껍데기의 나'로 만 살다 보면 결국 번아웃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기 전에 '진정한 나'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나를 잘 들여다 봐야한다고 한다. 껍데기의 나로 살던 저자는 번아웃을 경험하고나서 여러가지 방법으로 나를 들여다 보기를 시도한다.

여러가지 방법들을 보면서 나도 해보면 좋겠다는 것들도 있지만 그다지 끌리지 않는 방법도 있었다. 저자와 나는 성격이 다르다. 그러니 나를 들여다 보는 방법도 다르겠지. 책을 참고 해 나만의 나를 들여다보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잘 읽다가 한가지 완전히 동의할 수 없었던 부분.

 

임산부가 저렇게 해야 좋다는 것에는 동의 하지만 다섯 번의 임신을 해본 나의 경험상.... 저렇게 몸을 돌볼 수 있는 임산부가 얼마나 될까 싶다. 첫째 때는 조금 더 가능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둘째부터는.. ㅋㅋㅋ 노력한다고 되는 게 있고 안되는게 있고... B 교수님이란 분은... 남자분이지 않을까.... 혼자 추측해본다. 

 

점점 더 좋아지는 선한 우리

 

"다른 사람이 아닌 너를 먼저 챙겨야 해. 그건 이기적인 것이 아니야. 너를 먼저 돌봐주고 난 다음에 다른 사람을 챙기렴. 그래야 네가 지치지 않고, 기쁘게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있어. 너는 무엇을 하지 않아도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사랑스러운 아이야. 귀하고 소중한 너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어."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니면서 나는 사랑받고 있는 존재라고 반 세뇌를 당하며 자랐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얼마나 부르고 들었던지... 그리고 하나님은 나를 사랑하고 예수님은 죄도 없으면서 나를 구원하시기 위해 십자가에 죽으셨다가 다시 살아나셔서 죄로인해 끊어진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해 주셨다고 끊임없이 들어왔다. 그럴때 마다 신이 나를 사랑해서 자신의 아들까지 희생했다는게 그냥 좋고 감사했다. 뭐 사실 마음 한켠으론 왜? 라는 질문도 있었지만 나를 그렇게 사랑해준다는데 그냥 덮어 놓고 믿고 싶었었을지도 모른다. 어찌됐건 덕분에 나는 충분히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라고는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앞부분은 교회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예수님부터 자신보다 남을 위해 죽은 신인데.... 나를 먼저 챙기는게 어딘가 모르게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친구들 가족들 보다 내가 더 생각나는 상황이 생기면 난 너무 이기적인 건가? 라는 고민을 하고 나보단 남의 기분과 상황들을 더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난 착한 딸이 었고 착한 친구였다. 

 

"내 감정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이 우선이었고, 누군가의 기분을 살피는 데 익숙해서 나에게도 기분이란 게 있는지 잊을 때가 많았다. 내가 채워져야 다른 사람에게 나눌 수 있다는 걸 모른채 텅 비어있는 나로 있으면서 무조건 주려고 했다."

 

사실 아직도 나를 먼저 챙겨야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더욱이 아이가 다섯이나 생겨서... 하지만 요즘은 틈틈히 나를 챙긴다. 내가 건강해야 아이들도 더 잘 챙길수 있다는 걸 지난 10여년간 다섯아이를 보면서 깨달았다. 머리론 알고 있었지만 실천하기까지가 오래 걸린 듯 하다.

 

저자는 한국에 있는 모든 간호사에게 책 마지막에 짧은 편지를 보낸다.

"눈을 감으면 당신의 선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제 이야기를 전하기로 마음을 먹고 저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부족하지만, 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용기를 내었습니다. 오늘도 여전히 내 안의 두려움과 마주하지만 그래도 나를 사랑하고, '진정한 나'로 살기 위해 노력합니다. 지금부터 내 안을 들여다볼 용기를 내고, 나를 사랑하기로 선택한다면 앞으로의 삶은 분명히 좋아질 겁니다. 내 안에 있는 '진정한 나'와 당신 안에 존재하는 '진정한 나'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나의 간절한 마음이 당신의 마음속 깊은 그 곳까지 전해지길 바랍니다. 나도 당신도 점점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

 

간호사에게 쓰는 편지지만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인 것 같다.

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내가 나를 돌보는 것에 인색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계속 좋아질 수 있다. 내가 좋아지면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향력을 주게 될수 있으니 나를 돌보는 것은 결국 남을 돌보게 되는 것이겠다.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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