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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뽀삐뽀 오남매

1호의 열 - 간호사에서 엄마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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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복이네 오남매 맘 리자입니다.

정말 오래간만에 삐뽀삐뽀로 돌아왔습니다. 이게 제 본업이죠. 엄마이자 간호사. ㅋㅋㅋ

요즘 넘 외도를 했더니 머리가 잘 안 돌아가서 쓰는데 시간이 좀 오래 걸렸습니다. 


 

2011년 10월 17일

1호의 6개월때 처음으로 고열이 났습니다. 한국처럼 병원에 가기 쉬운 곳에 살았으면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을지도 모르나 그때는 의사를 한번 만나면 돈을 엄청 내야 하는 미국이란 곳에 살고 있어서 병원도 마음대로 가지 못했었죠. 하지만 다행히 전 소아 병동에서 3년을 꼬박 간호사로 근무했던지라 열이 나면 어떻게 대처할지는 알고 있었습니다. (자랑입니다.ㅋ)


38도 이상시 타이레놀을 kg당 10~15mg 을 1회 용량으로 먹이고 6시간 간격으로 복용이 가능합니다. 타이레놀 복용은 보통 3개월이 지난 후부터 가능하니 6개월이 된 1호는 다행히 타이레놀을 복용할 수 있었죠.

요즘은 열이 안 떨어지면 아세타미노펜 성분의 타이레놀과 이부프로펜이나 덱시부프로펜 성분의 해열진통제를 교차로 복용시키기도 하던데 제가 근무할 때는 오로지 타이레놀만 먹였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요. 이부브로펜 성분의 약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위장 장애가 있어서 상대적으로 위장장애가 없는 타이레놀을 사용하지 않았나 조용히 추측해 봅니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난 후부터 복용 가능한 이유도 있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타이레놀은 공복에도 복용해도 위장장애가 적다고 알고 있습니다. 대신 오남용을 하면 간에 부담이 많이 갑니다. 술 많이 드셔서 간 안 좋으신 분들은 함부로 드시지 마세요. 

그리고 해열제 교차 복용에 관한 건 굳이 권장은 하지 않는다고 하는 논문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논문에 그런 말도 있다라는거지 의사 처방에 따르지 말라는 말씀은 아닙니당~^^그리고 해열제 여러번 먹이고도 안 떨어지는 열이면 꼭 병원을 가셔요. 해열제로는 해결이 안 되는 열이기에 아무리 먹이셔도 소용이 없을 수도 있으니깐요. 보통 심각하지 않은 열은 해열제 몇 번 먹으면 내립니다. 


* 해열제에 관한 약리학적 설명은 다른 블로그에 더 잘나와 있으니 굳이 설명하진 않겠습니다. 전 어디까지나 제 경험을 위주로 포스팅하자주의입니다. ㅎㅎ

 

집에 있던 타이레놀이 1ml당 몇 mg 이 들어있는지 확인 후 계산 후 1도 흘리지 않고 약을 먹이는 나름의 프로패셔널한 모습을 스스로 보면서 깨달았습니다. 아... 난 간호사였지? 

사실 6개월 동안 아이를 키우면서 '난 소아병동에 근무했었는데 왜 이렇게 애를 못보지?' 라고 생각했던 적이 많았거든요.  아니 늘 그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를 1호가 아프면서 알았죠. 아이가 열이 나기 시작하니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명확해졌고 당황하지 않고 하던 일을 하면 되었습니다. 심지어 힘들지도 않았죠. 

'아... 난 건강한 아이를 케어해 본 적이 없었구나.. 아픈 아이만 봤었지....'


그런 깨달음을 얻고 나서 해열제를 먹이고 아이를 귀저기만 입혀 놓은 후 병원에서 하던 일을 했습니다. 


미지근한 물(tepid water)로 아이의 몸을 닦여 주는 일. (미온수 마사지)

- 이 방법이 별로 효과가 없다는 연구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굳이 연구를 안 해봐도 열이 나는데 닦이면 싫어합니다. 그래서 잘 못하게 되죠. 별 효과가 없을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싫어 하지 않는다면 해주시는게 좋을것 같다는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얼음 주머니를얼음주머니를 하려고 했지만 얼음을 넣을 만한 마땅한 주머니가 없어서 그냥 닦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막혔습니다.  제가 간호사였을 때, 아이가 열이 나면 의사에게 보고를 한 후 처방된 해열제를 아이 엄마에게 먹이라고 줍니다. 그리곤 얼음주머니를 가져다주며 아이에게 대고 있으라고 한 뒤, 물로 닦아주면 더 열이 빨리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을 해주죠. 여기서 해열제를 먹이고, 얼음주머니를 아이에게 대고 있고, 물로 닦이는 일은 온전히 엄마의 몫이었습니다. 해열제를 먹이다가 아이가 흘리거나 먹고 바로 토하거나 아니면 그냥 뱉어내거나 하면 엄마는 간호사에게 와서 해열제를 달라고 해서 다시 먹여야 합니다. 먹이다가 안되면 그때 간호사가 도와주기도 하고요.


어쨌든 간호사였던 제가 했던 일이 아니라 막혔던 것이었습니다. 몸을 닦이려고 하니 아이가 난리를 쳤습니다. 몸이 아픈데 물에 젖은 수건으로 본인을 건드리니 얼마나 싫었을까요. 그래서 조금 닦이다가 포기.
약 먹였으니깐 떨어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지켜보며 자는 아이의 열을 수시로 재보는데 쉽게 잘 열이 안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안 되겠다 싶어 또 수건으로 닦이기 시작했죠. 그랬더니 겨우 잠든 아이가 깨서 또 울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그만뒀죠. 그냥 물수건 이마에다 얹어 놓고 우는 아이를 안아서 달랬습니다.

그때 또 예전 일이 떠올랐습니다. 열이 나는 아이를 안고 있었던 엄마들... 그런 엄마들을 볼 때마다 아이가 열이 나는데 안고 있으면 어떡하냐고 뭐라고 하며 아이를 침대에 눕히고 얼음주머니라도 하고 있으라고 했었던 일들이... 

간호사를 그만둔 지 3년 만에 그 엄마들에게 미안했습니다. 그 엄마들이라고 아이가 열이 나는데 안고 있고 싶었을까요.. 우는 아이가 안쓰러워서 그랬을 텐데.. 아이가 없던 내가 그러면 아이 열이 안 떨어지지 않냐고 뭐라고 했던 것이 참 부끄러웠습니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돌아가서 입을 틀어막고 싶네요.
굳이 변명을 하자면 그땐 그냥 제 일을 열심히 했을 뿐이었지만... 그래도 부끄러워지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저의 과거의 행동들을 반성하면서 첫째의 고열 사건은 금세 마무리 지어졌습니다. 타이레놀 복용 후 열이 오르락내리락하기를 하루 정도 반복하니 더 이상 열이 나진 않더라고요.

 그 뒤로도 열이 수시로 났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해열제 잘 먹고 금방 낫더라고요. 다른 아이들도 수도 없이 갖가지 다른 이유들 때문에 열이 났고요. 자, 열이 날 때 증상은 다들 알고 계시죠? 그래도~ 한번 짚고 넘어가 볼까요?? 

열이 나는 동안에 나타나는 증상~

열이 나기 시작할 때는 보통 춥다고 하거나 오한=몸을 덜덜 떱니다. 아이가 열이 나는데 추워하면 닦이면 안 됩니다. 몸을 더 떨어서 열이 더 올라요. 그때는 얇은 이불로 덮여 주는 게 좋습니다.  열이 날 때 왜 떠는지 쉽게 설명한 동영상이 있어 공유해 봅니다. EBS의 호기심 딱지라는 프로그램인데 저희 애들이 열렬히 시청하죠. 저도 많이 배워요. 간호사라고 다 알진 못하니깐요. 

youtu.be/D1onA9mgtRQ

 

열이 다 오르면 아이가 처지기 시작합니다. 엄마 아빠들이라면 다 아시겠죠. 저 세상 텐션으로 왔다 갔다 하던 아이가 가만히 앉아 있는데 어이가 없더라고요. 아프니 너도 조용해지는구나... 하지만 해열제 복용 후 다시 저 세상 텐션!! 그러다 약발 떨어지면 다시 조용히.... 너무 정직하게 반응을 해서 웃겼습니다.

근데 간혹 가다 열이 나는데 안 처지는 아이들도 있더라고요. 보통 고열로 헤롱헤롱 하다가 조금 떨어져서 38도 인데도 불구하고 컨디션이 괜찮아지기도 하더라고요. 그럴 땐 잘 먹이시고 물도 많이 먹이시고 먹고 싶다 하는 건 못 먹는 거 빼고는 다 먹이시면 더 빨리 나을 거예요. 제 경험입니다. 

보통은 열이 나면 기운이 없어서 잘 안 먹죠. 그래서 저흰 억지로 밥 안 먹이고 뭐라도 먹입니다. 푸딩. 젤리. 음료수 종류 등등 먹고 싶다고 하는 건 다 먹여요. (어른들도 아프면 죽도 먹기 싫지만 단거나 잘 넘어가는 건 먹게 되잖아요?) 밥을 안 먹으면 힘이 없어서 빨리 안 낫지 않냐고요? 음... 아예 안 먹는 것보단 낫기도 하고 그렇게 해서 수분을 보충하는 게 목적이라 그렇게 먹이다 보면 하루 이틀이면 열이 내립니다. 그럼 간식 안 주면 됩니다. 그때 밥 잘 먹이면 돼요. ㅋㅋㅋ

"약 먹어야 하는데 밥은 먹어야 하잖아요?"라고 물어보시면  위에서도 설명드렸듯이 위장 장애가 없으면 밥 안 먹고 먹어도 괜찮습니다. 식전에 먹어야 더 효과가 좋은 약들도 있습니다. 보통 밥 먹고 약을 먹으라는 이유는 빈 속에 먹으면 위장 장애가 있을 수도 있으니 그리 먹으라고 하는 건데 애들 약은 밥과 상관없이 시간 간격을 맞추는 게 더 중요한지라... 밥에 너무 연연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서로 피곤해요. 엄마나 애나.. 아플 땐 아이만 아픈 게 아니라 엄마도 같이 아프니 쉽게 쉽게... 

그리고 열이 내리고 나서 열꽃이 피기도 합니다. 저도 정확한 기전을 설명해 드리긴 어려우나 그냥 놔두면 없어집니다.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좀 보긴 안쓰럽긴 하지만요. 아프느라 수고했네...라고 하고 그냥 두셔요. 연고, 뭐 기타 다른 바르는 것들은 굳이 안 발라주셔도 됩니다. 

제가 이렇게 쓰는 증상들은 단순 열에 대한 겁니다. 다른 질환이 있으면 그걸 해결하셔야 열이 떨어져요. 하루 이틀 열만 날 때는 그냥 해열제 먹이면서 보시구요. 열이 지속되거나 40도 이상의 고열이 날 땐 바로 병원으로 가셔요. 꼭이요~ 단순 감기인 줄 알고 오래 끌다가 백혈병인 아이도 봤습니다. (의료인은 늘 극한 상황을 같이 말합니다. 알 수가 없거든요. 내 말대로 된다고 자신할 수도 없고...) 

 

열이 나는 건 증상이지 열 자체가 질병은 아닙니다. 그러니 열이 나는 병들에 대해서, 오복이들이 걸린 병을 포스팅 해볼께요. 혹시 병원에 입원하게 되시는 분들을 위해 간호사 엄마가 드릴 수 있는 팁들도 열심히 방출하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 대 유행인 코로나 19의 증상 중 주 증상도 열이군요. 아... 다들 코로나 안 걸리게 마스크 열심히 쓰시구요. 손 꼭 씻으시구요. 웬만하면 그냥 집에 계세요. 휴가 다녀와서 아프면 그게 무슨 소용인가요. 저희 오복이네도 열심히 집콕 했습니다. 아빠가 바다를 가자고 했는데 굳이 굳이 말려가면서요.. 

 

저는 대구에 살면서 올해 초에 대 유행을 겪었던 터라 확진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볼 때의 공포를 알고 있습니다. 집에 갇혀서 무슨 좀비 떼들을 피해 다니는 것 마냥 잠깐 잠깐씩 돌아다녀야 했던 경험도 했구요. 이젠 마스크를 쓰지 않고 나가는게 어색한 그런 상황에서 살고 있습니다. 불편하고 우울하고 하지만 일단 살고 봐야죠.. 모두들 무사하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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